어느 흐린 날, 나는 인천의 북성 포구를 찾았다. 바람이 잔잔히 지나가고, 비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그런 날이었다.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회색의 풍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강렬한 색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바닥 가득 펼쳐진 어망들이다.
빨강, 노랑, 초록, 그리고 묵직한 갈색까지. 각기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계된 그물들이었겠지만, 나의 눈엔 하나의 거대한 추상화처럼 다가왔다. 무심히 널브러진 듯하지만, 그 안에 인간의 노동, 바다의 냄새,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무심히 널브러진 어망, 삶의 흔적
첫 번째 사진은 그 어망들이 포구 전체를 물들이는 풍경을 담았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선박, 그리고 자동차 행렬 사이로, 원색의 어망들이 공간을 분할하며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과 대비되는 강렬한 색감은 도시 풍경에 새로운 풍경이다.
촬영 팁
이런 장면에서는 조리개 수치를 높게 설정해 전체적으로 초점이 고르게 맞게 하는 것이 좋다. 여러 색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화이트 밸런스를 수동으로 조정해 실제보다 더 풍부한 색 표현을 노려볼 수 있다.
패턴과 반복의 조형미, 어망 클로즈업
두 번째 사진은 어망과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을 담았다. 마치 텍스타일 패턴처럼 뒤얽힌 그물들이 반복과 변주를 만들어낸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 숨은 작은 손길의 흔적까지 보인다. 빨갛게 엉킨 그물 옆으로 보이는 노란 모자, 그리고 희미하게 드러난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의 손이 이 장면에 생명력을 더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어망의 정리 과정이 아닌, 일상이라는 반복된 행위 속에서 피어난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예술이 아닌 삶이고, 동시에 삶이 만들어내고 있는 퍼포먼스 같기도 하다.
촬영 팁
자연광이 약할 땐 그늘을 피하지 말고 오히려 활용해 보자. 흐린 날의 확산광은 피사체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삶을 직조한 풍경, 그리고 사진의 의미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말하곤 한다. 어망은 그 자체로 물고기를 잡는 도구일 뿐이지만, 사진 속에서는 일상의 풍경을 예술로 바꾸는 하나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반복되는 일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우리는 색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인천의 북성포구는 단순한 포구가 아니다. 북성포구는 도심과 바다, 인간과 자연이 얽혀 있는 거대한 그물망 같았다. 그 안에서 나는 사진을 담는 사람으로서, 감상자로서, 또 다른 질문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변해가는 이곳의 모습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