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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과 귀항 사이, 바다가 들려준 두 개의 이야기 사진은 한 장면을 담지만, 감정은 그 프레임을 넘어선다. 이번에 소개할 두 장의 사진은 '바다와 배'라는 풍경을 담고 있지만, 내가 느낀 그것은 '방향'이었다.어떤 사진은 떠남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진은 돌아옴을 말한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배 이 사진은 마치 여행이 시작되는 첫 장면 같다. 요트는 김포 계류장을 벗어나 바다를 향해 아라뱃길을 정면으로 나아간다.나는 그 앞에서 카메라를 고정하고, 배가 내 앞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수면 위로 반사되는 구조물의 수직선, 그리고 한가운데로 향하는 요트의 수평선이 정확히 교차하는 그 순간을 위해서.프레임에는 일부러 여백을 많이 남겼다. 그 여백은 어떤 장면이 채워질지 모를 '앞날'과 같다. 지금 막 출항한 이 배가 어디.. 2025. 6. 3.
여백과 교차점에서 마주한 감정, 송전탑이 주는 사진의 순간 감정을 담기 위한 여백, 송전탑은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는 꼭 무언가를 가득 담은 사진이 아니라, 비워두는 사진이다. 이번 사진도 그랬다. 카메라를 들고 조용히 바라보다가, 문득 하늘을 등지고 있는 구조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이 구조물은 단순한 금속 덩어리가 아니었다. 마치 멈춰 있되 흐르는 듯, 내 감정을 그대로 투사하고 있었다.일부러 구조물의 왼쪽엔 넓은 하늘을 남겼다. 감정을 담기 위한 여백이었다. 우리는 늘 꽉 찬 프레임을 향해 나아가지만, 사실 진짜 이야기는 그 비워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프레임을 구성할 때 이 여백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조물의 선과 하늘이 만나는 경계, 그리고 비워진 여백에 나의 감정도 서 있었다.햇빛.. 2025. 6. 2.
강화도 안개 속 수평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드론으로 담다 안개 낀 아침, 강화도에서 드론을 띄운 이유강화도는 계절의 틈마다 나를 불러들이는 특별한 공간이다. 어떤 계절이든, 이곳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이른 아침, 뿌연 안개가 들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해가 막 떠오르기 전의 고요함은 마치 숨을 죽인 듯했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조금 멀리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드론을 꺼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의 아침을, 하늘 위에서 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첫 비행에서는 시야가 거의 없었다. 온 세상이 연한 회색의 안개로 가려진 듯했다. 하지만 그 흐림 속에서도 나는 기다렸다. 드론을 천천히 띄우며 고도를 조절했고, 밭과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을 찾았다.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안개가 옅어지는 짧은 순간, 드론의 눈.. 2025. 5. 28.
하늘에서 바라본 시간의 흐름, 드론으로 기록한 산의 숨결 아직 어둠의 기운이 산자락에 남아 있던 이른 아침, 나는 경상남도 함양군 지리산 자락 위로 드론을 띄웠다. 해가 뜨기 직전의 이 시간은 풍경이 가장 조용하게 숨 쉬는 순간이었다. 산 능선은 안개를 품은 채 부드럽게 겹쳐졌고, 낮게 깔린 구름은 대지와 하늘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드론으로 바라본 이곳의 풍경은 땅 위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땐 결코 알 수 없던 계곡의 흐름과 마을의 구조, 그리고 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패턴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나 해가 수평선 아래서 부드럽게 빛을 퍼뜨릴 때, 자연은 스스로의 깊이를 더 짙게 보여준다.계곡과 논밭이 안갯속에서 드러나는, 경상남도 함양군의 새벽.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리산은 고요했다. 산 능선의 형태가 흐르듯 이어지며 안갯속으로.. 2025. 5. 27.
인천 북성 포구에서 마주한 색의 풍경, 어망이 빚어낸 일상의 조형미 어느 흐린 날, 나는 인천의 북성 포구를 찾았다. 바람이 잔잔히 지나가고, 비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그런 날이었다.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회색의 풍경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강렬한 색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바닥 가득 펼쳐진 어망들이다.빨강, 노랑, 초록, 그리고 묵직한 갈색까지. 각기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계된 그물들이었겠지만, 나의 눈엔 하나의 거대한 추상화처럼 다가왔다. 무심히 널브러진 듯하지만, 그 안에 인간의 노동, 바다의 냄새,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무심히 널브러진 어망, 삶의 흔적 첫 번째 사진은 그 어망들이 포구 전체를 물들이는 풍경을 담았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선박, 그리고 자동차 행렬 사이로, 원색의 어망들이 공간을 분할하며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구름이 짙게 깔.. 2025. 5. 26.
하늘에서 본 도시의 질서, 드론으로 기록한 보이지 않는 패턴 도시를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정해진 패턴 속에 정렬되어 있는 듯 보인다. 건물은 직선으로 뻗고, 사람들은 신호에 맞춰 움직이며, 도로는 정해진 방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차이와 반복, 그리고 흐름이 존재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늘 다른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나는 그 보이지 않는 질서를 드론이라는 도구를 빌려 하늘 위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는 도시의 리듬을,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다.분수대의 물줄기가 만든 꽃 형태 — 도시의 흐름을 담다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들이 정확한 대칭을 이루며 피어난다. 마치 거대한 꽃이 수면 위에 피어난 듯한 형상이다. 처음 이 장면을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의 움직임은 정적인 공.. 2025.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