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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시간의 흐름, 드론으로 기록한 산의 숨결

by jbzip-photostory 2025. 5. 27.

아직 어둠의 기운이 산자락에 남아 있던 이른 아침, 나는 경상남도 함양군 지리산 자락 위로 드론을 띄웠다. 해가 뜨기 직전의 이 시간은 풍경이 가장 조용하게 숨 쉬는 순간이었다. 산 능선은 안개를 품은 채 부드럽게 겹쳐졌고, 낮게 깔린 구름은 대지와 하늘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드론으로 바라본 이곳의 풍경은 땅 위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땐 결코 알 수 없던 계곡의 흐름과 마을의 구조, 그리고 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반복적인 패턴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나 해가 수평선 아래서 부드럽게 빛을 퍼뜨릴 때, 자연은 스스로의 깊이를 더 짙게 보여준다.

지리산 자락에서 본 아침 풍경의 드론 사진
안개가 드리운 동틀 무렵 지리산 능선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계곡과 논밭이 안갯속에서 드러나는, 경상남도 함양군의 새벽.

하늘에서 내려다본 지리산은 고요했다. 산 능선의 형태가 흐르듯 이어지며 안갯속으로 사라져 갔다. 하늘에서 바라본 지리산은 고요했다. 수없이 겹쳐진 산세가 부드럽게 이어지며, 그 사이사이로 농지와 길들이 실핏줄처럼 이어진다. 마치 시간을 겹겹이 눌러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드론의 고도를 조금씩 조절하면서 원하는 구도를 찾아내는 과정은 마치 종이에 먹을 번지듯, 풍경 위에 나만의 시선을 얹는 일이기도 했다. 이럴 때는 너무 빠르게 움직이지 말고, 천천히 비행하며 프레임 속에 원하는 밀도와 깊이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지리산 능선과 새벽의 안개가 어우러진 흑백 파노라마
계곡과 논이 어우러진 지리산 자락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 능선이 겹쳐지며 멀어지는 깊이, 드론으로 촬영한 파노라마!

위의 파노라마 사진은 이 풍경의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시야가 닿는 한계 너머로 산은 흐르듯 이어진다. 흑백 톤으로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색과 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색이 사라진 풍경은 형태와 질감만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안개와 산등성이 사이의 미묘한 명암은 그런 점에서 가장 강렬한 풍경이다.

아침의 지리산을 드론으로 담고 싶다면, 해 뜨기 30분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좋다. GPS 신호가 안정적으로 잡히는지 확인하고, 기온 차로 인한 배터리 급속 소모를 예상하고 먼 거리 비행 시 복귀하는 시간까지 충분히 염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차갑지만, 풍경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감정을 품는다.

카메라에 뷰파인더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장면은 왜 나를 멈추게 했는가.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용하게 담아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