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한 장면을 담지만, 감정은 그 프레임을 넘어선다. 이번에 소개할 두 장의 사진은 '바다와 배'라는 풍경을 담고 있지만, 내가 느낀 그것은 '방향'이었다.
어떤 사진은 떠남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진은 돌아옴을 말한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배
이 사진은 마치 여행이 시작되는 첫 장면 같다. 요트는 김포 계류장을 벗어나 바다를 향해 아라뱃길을 정면으로 나아간다.
나는 그 앞에서 카메라를 고정하고, 배가 내 앞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수면 위로 반사되는 구조물의 수직선, 그리고 한가운데로 향하는 요트의 수평선이 정확히 교차하는 그 순간을 위해서.
프레임에는 일부러 여백을 많이 남겼다. 그 여백은 어떤 장면이 채워질지 모를 '앞날'과 같다. 지금 막 출항한 이 배가 어디로 향할지, 그 감정선은 사진 밖으로도 흘러간다.
빛이 강한 날의 노출을 고려해 약간의 언더로 조정했고, 대비를 살리기 위해 RAW 촬영 후 약간의 톤 조정을 거쳤다. 가까이 접근할 수 없는 요트를 담기 위해 망원 렌즈를 사용했고, 요트와 물살 그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돌아오는 길에서 마주한 겹침
두 번째 사진은 요트가 아라뱃길의 물살을 가르며 계류장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포착한 흑백 사진이다. 멀어져 가는 것이 아닌, 되돌아오는 움직임 속에 묘한 감정의 흐름이 깃들어 있다.
물살을 가르며 만들어진 자국은 일정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곡선을 그리며, 한참을 바라보게 한다.
이 장면은 마치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지나온 시간을 되짚고, 다시 익숙한 자리로 돌아오는 회귀의 감정을 닮아 있는 거 같다.
흑백으로 표현한 이유는 색이 없는 풍경 속에서 형태와 흐름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요트가 남긴 길은 곧 우리가 지나온 흔적이며, 그 흔적 위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
사진 속 여백과 대비는 돌아가는 것의 의미를 더욱 부각해 주며, 프레임의 중심을 요트가 아닌 그 뒤편의 물살로 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떤 장면은 멀리 있는 피사체보다 그 주변이 전하는 분위기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럴 때는 셔터를 누르기 전, 피사체의 ‘의미’보다 ‘흐름’을 생각하며 구도를 잡아보는 것도 좋은 촬영 팁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감과 돌아옴의 경계에서
두 장의 사진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한다. 하나는 바다로 나아가고, 다른 하나는 계류장으로 돌아온다.
하나는 컬러로, 또 하나는 흑백으로.
그러나 이 둘은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둘은 하나의 원을 그리듯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백을 남기며 나아가는 사진은 '결심'에 대한 이야기다.
물살을 가르며 돌아오는 사진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결심은 앞으로 향하게 하고, 선택은 결국 돌아오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경계에 서 있었다. 멀어지는 감정과 다가오는 생각 사이에서, 이 두 장면을 마주한 것이다.
사진은 나를 담는 풍경
사진은 풍경을 담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통해 나를 담는 작업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은 단지 요트의 항해가 아니라, 나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록이었다.
떠나는 마음과 돌아오는 마음. 그 둘은 결국 같은 마음의 두 얼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