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정해진 패턴 속에 정렬되어 있는 듯 보인다. 건물은 직선으로 뻗고, 사람들은 신호에 맞춰 움직이며, 도로는 정해진 방향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차이와 반복, 그리고 흐름이 존재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늘 다른 리듬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보이지 않는 질서를 드론이라는 도구를 빌려 하늘 위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우리가 평소에 인식하지 못하는 도시의 리듬을,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다.
분수대의 물줄기가 만든 꽃 형태 — 도시의 흐름을 담다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들이 정확한 대칭을 이루며 피어난다. 마치 거대한 꽃이 수면 위에 피어난 듯한 형상이다. 처음 이 장면을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물의 움직임은 정적인 공간 안에서 유기적인 패턴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는 드론을 수직으로 띄우고, 90도 각도로 아래를 바라보도록 했다. 그래야만 수면 위의 패턴과 구조물이 정확히 도형처럼 보인다. 바람이 약한 이른 오전이 촬영에 적합하며, 수면의 반사와 기류에 의한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후보정은 흑백으로 진행했다. 색이 사라지자 물줄기의 형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색이 아니라 형태와 대비에 집중한 시선이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도시의 정렬된 구조 — 인간이 만든 기하학
인천 청라지구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 단지는 마치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회로판처럼 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진 건물들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녹지는 기계적으로 정렬되어 있었고, 건물의 그림자는 도시의 윤곽을 강조하듯 길게 뻗어나갔다.
이러한 구성을 담기 위해서는 정확한 고도와 중심점 설정이 핵심이다. 건물의 꼭대기 구조를 기준점 삼아 중심을 잡고, 드론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수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 장면을 보면 도시가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된 공간인지 새삼 느껴진다. 무질서 속에 숨어 있는 질서, 그리고 그 안의 흐름은 마치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흥미롭다.
하늘에서만 보이는 도시의 리듬
두 사진은 완전히 다른 장면을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구조’와 ‘패턴’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물줄기의 유기적 흐름, 또 하나는 인간이 설계한 정적인 건축 패턴이다. 움직임과 정지, 유기성과 기하학. 나는 이 상반된 풍경을 통해 도시 속 ‘리듬’을 기록하고 싶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모습은 우리가 지상에서 인식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다가오고, 하나의 설계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사진은 시선의 예술”이라 말하지만, 이 사진들은 그것이 위치의 예술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진다.
드론 사진 촬영 팁: 패턴을 잡는 눈과 타이밍
- 대칭을 발견하라
대칭 구조물은 하늘에서 볼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드론을 띄우기 전, Google 지도 위성 이미지나 네이버 항공사진으로 미리 구조의 대칭성을 파악하면 도움이 된다. - 햇빛 각도 고려하기
그림자의 방향은 장면의 입체감과 시선 유도를 결정한다. 특히 건물 촬영 시 햇빛의 방향을 고려하여 오전 또는 오후 시간대를 선택하면 효과적이다. - 흑백 후반 작업은 형태 중심의 시선을 만든다
색이 주는 정보가 줄어드는 만큼 형태와 대비, 패턴이 더욱 강조된다. 단조로운 구도도 흑백으로 표현하면 감정의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하늘에서 본 세상은 우리가 땅 위에서 느끼는 것과 전혀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어지럽고 무질서하게 느껴지는 도시의 풍경도, 하늘 위에서는 의외로 조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 사진들이 단순히 멋진 구도를 넘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에 대해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결국 우리가 서 있는 위치가 바뀔 때, 세상은 전혀 다른 얼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