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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갈대 사이로 마주한 빈집, 빛과 바람 사이의 이야기

by jbzip-photostory 2025. 5. 23.

강화도 갈대 속 빈집 풍경을 담은 감성사진

강화도의 한적한 마을을 걷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갈대 사이로 숨어 있는 빈집 하나를 발견했다.
이른 봄 날씨에 들판을 가로질러 바람이 불고 있었고, 해는 점점 낮아지며 모든 풍경에 부드러운 황금빛을 덧씌우고 있었다. 그 순간, 갈대는 살랑이며 춤을 췄고, 폐허가 된 집은 오히려 한 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왔다. 버려진 집이라는 이미지보다는 마치 오래된 기억이 머무는 장소처럼 느껴졌다. 이 사진은 단순한 풍경 촬영이 아니었다. 갈대의 움직임과 역광의 부드러운 빛, 그리고 집이 주는 정적인 무게감 사이의 긴장감을 담고 싶었다. 흔들리는 자연과 멈춘 시간, 그 경계에 나 역시 서 있었다.

바람을 따라 움직이는 갈대, 기억의 흐름

흑백으로 표현된 강화도의 갈대밭과 흐릿하게 보이는 빈집,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움직임이 강조된 사진

 

이 사진은 흑백으로 표현했다.
갈대가 흔들리는 순간을 셔터 속도로 포착했기에 잔상이 남으며 화면 전체가 흐릿하게 요동친다. 폐가도 갈대의 흐름에 일부 잠식된 듯 배경으로 스며든다. 이 사진의 갈대를 통해 나는 바람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고요한 마을과 움직이는 갈대 사이의 흐름은 어쩌면 우리 삶의 흐름 같기도 했다. 무언가 지나가고 있는 듯하면서도, 정지되어 있는 풍경. 오래된 기억 속 한 장면을 꺼내보는 기분이었다. 

촬영 팁: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피사체를 담을 때는 셔터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여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흑백으로 변환할 경우, 빛의 명암과 질감에 집중하게 되므로, 시각적인 노이즈 없이 감정에 더욱 집중된 이미지가 된다.


갈대 사이에서 마주한 해 질 녘의 빈집

강화도의 갈대밭 사이로 보이는 해질녘 빈집과 역광 풍경

 

이 사진은 흑백 사진을 찍은 바로 그 자리에서, 반대편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역광으로 촬영한 장면이다.
갈대 너머 빈집의 붉은 지붕과 부서진 담벼락이 오후 햇살에 부드럽게 녹아들고 있다.
빛은 차가운 구조물 위를 스치듯 흐르고, 그 아래에는 마른 풀잎들이 마지막 빛을 머금고 있었다.

 

촬영 팁:

▶ 역광 사진을 찍을 때는 태양을 직접적으로 화면 안에 두지 않고, 피사체 뒤로 위치시켜 부드러운 플레어 효과를 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조금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이 집은 분명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도 살지 않지만, 어쩌면 그 시간은 갈대들 사이를 지나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었다. 마치, 누군가의 기억을 대신 꺼내어 전하는 사람처럼.


빛과 바람, 그리고 기억의 틈

두 장의 사진 모두 같은 공간에서 찍은 것이다. 하지만 느낌은 전혀 다르다.
흑백은 기억 속의 장면처럼, 그리고 컬러는 그날의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것처럼 느껴진다.
사진이란 결국 그날의 나를 담는 작업이기에, 나는 이처럼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갈대는 여전히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앞에 멈춰 설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일 뿐. 하지만 이 사진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업은 충분하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