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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착시, 빛의 입체: 평면 위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공간

by jbzip-photostory 2025. 5. 22.

평면의 건축이 만들어낸 입체의 환상

평면 건물의 대칭적 패턴이 만든 입체적인 착시
반복되는 건물 창과 벽체가 빛과 구조만으로 입체감을 만들어낸 건축사진

 

도심을 걷다 보면 자주 지나치는 건물 중에도 유독 시선을 끄는 장면이 있다. 그날 내가 마주한 이 건물도 그런 건물 중 하나였다. 첫눈엔 평면적인 구조물이었다. 사각형 창과 벽돌 무늬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의 프레임을 맞추는 순간, 이 건물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프레임에 들어왔다.

정면에서 바라본 이 건축물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정중앙의 흰색 기둥형 벽체가 건물 전체를 반으로 나누고, 그 양쪽에는 기하학적인 구조로 입체감을 고려해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 반복과 균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입체적인 블록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 혹은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시각적 경험. 이는 단순한 구조 이상의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이 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했다. 컬러를 배제함으로써 형과 구조, 명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빛이 만들어낸 미묘한 차이와 그림자의 깊이가 평면에 공간감을 부여하고, 시선을 특정 지점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촬영 팁:
이런 건축물을 촬영할 때는 정면 프레이밍이 핵심이다. 왜곡 없는 수직 수평을 유지하려면 망원 렌즈나 크롭 센서의 중간 줌 화각이 유리하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다면 건물에서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고, 그리드 라인을 통해 수평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흑백 전환은 색상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에 집중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다.

빛과 벽돌이 만든 건축사진 속 입체 환상

패턴 벽돌 위로 빛이 만들어낸 대각선의 입체 그림자
벽돌의 규칙적인 패턴과 빛이 만든 입체 착시 이미지

 

어느 조용한 골목,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한 벽면이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주 평범한 패턴의 '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후의 기울어진 빛이 이 평면 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냈다.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그림자는 벽면의 리듬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만들었고,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 새로운 형태로 다가왔다.

벽돌 하나하나의 모양이 마치 작은 조각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드리운 그림자는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면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나는 이 장면이 현실과 허상을 오가는 감각을 건드린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전혀 입체적이지 않은 평면 벽이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공간처럼 인식한다. 이는 빛과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착시이자 시각적 마술이다.

이 사진 또한 흑백으로 표현했다. 컬러가 있었다면 벽돌의 색상과 그림자 색감이 서로 겹쳐져 오히려 구조의 힘이 흐릿해졌을지 모른다. 흑백은 그 경계를 분명히 하고, 빛과 어둠의 균형을 강조했다.

📸 촬영 팁:
이런 패턴 사진은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방향성 있는 그림자를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의 사선 빛은 벽의 입체감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ISO는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는 f/8~f/11로 깊은 피사계 심도를 확보하면 전체 구조가 선명하게 담긴다. 사진은 f/8로 촬영된 사진이다. 흑백 촬영을 고려한다면 RAW 파일로 촬영해 후보정 시 명암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


도시 구조 속 착시, 건축사진으로 바라보다

두 사진 모두 우리 주변의 익숙한 공간에서 출발했다. 특별한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소재가 사용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빛과 구조, 그리고 보는 시선의 위치에 따라 평범한 것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나의 사진 모토인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순간을 담고 싶었다.

도시는 매일 똑같은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 안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구조, 질감, 빛의 흐름이 존재한다. 착시라는 것은 단지 눈속임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시선이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음에도 또 이런 장면을 발견하길 바라며, 오늘은 이 두 장면으로 나의 시선을 나눠본다. 당신의 시선에서는 이 장면들이 또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 이 블로그 글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작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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