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건축이 만들어낸 입체의 환상
도심을 걷다 보면 자주 지나치는 건물 중에도 유독 시선을 끄는 장면이 있다. 그날 내가 마주한 이 건물도 그런 건물 중 하나였다. 첫눈엔 평면적인 구조물이었다. 사각형 창과 벽돌 무늬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의 프레임을 맞추는 순간, 이 건물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프레임에 들어왔다.
정면에서 바라본 이 건축물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정중앙의 흰색 기둥형 벽체가 건물 전체를 반으로 나누고, 그 양쪽에는 기하학적인 구조로 입체감을 고려해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 반복과 균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입체적인 블록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 혹은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시각적 경험. 이는 단순한 구조 이상의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이 사진을 흑백으로 표현했다. 컬러를 배제함으로써 형과 구조, 명암에 집중할 수 있었다. 빛이 만들어낸 미묘한 차이와 그림자의 깊이가 평면에 공간감을 부여하고, 시선을 특정 지점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촬영 팁:
이런 건축물을 촬영할 때는 정면 프레이밍이 핵심이다. 왜곡 없는 수직 수평을 유지하려면 망원 렌즈나 크롭 센서의 중간 줌 화각이 유리하다. 삼각대를 사용할 수 없다면 건물에서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고, 그리드 라인을 통해 수평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흑백 전환은 색상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에 집중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다.
빛과 벽돌이 만든 건축사진 속 입체 환상
어느 조용한 골목,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한 벽면이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아주 평범한 패턴의 '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후의 기울어진 빛이 이 평면 위에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냈다.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그림자는 벽면의 리듬을 입체적인 시각으로 만들었고, 단순한 패턴의 반복이 새로운 형태로 다가왔다.
벽돌 하나하나의 모양이 마치 작은 조각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드리운 그림자는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면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나는 이 장면이 현실과 허상을 오가는 감각을 건드린다고 느꼈다. 실제로는 전혀 입체적이지 않은 평면 벽이지만, 우리의 뇌는 그것을 공간처럼 인식한다. 이는 빛과 구조가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착시이자 시각적 마술이다.
이 사진 또한 흑백으로 표현했다. 컬러가 있었다면 벽돌의 색상과 그림자 색감이 서로 겹쳐져 오히려 구조의 힘이 흐릿해졌을지 모른다. 흑백은 그 경계를 분명히 하고, 빛과 어둠의 균형을 강조했다.
📸 촬영 팁:
이런 패턴 사진은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방향성 있는 그림자를 이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의 사선 빛은 벽의 입체감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ISO는 최대한 낮추고, 조리개는 f/8~f/11로 깊은 피사계 심도를 확보하면 전체 구조가 선명하게 담긴다. 사진은 f/8로 촬영된 사진이다. 흑백 촬영을 고려한다면 RAW 파일로 촬영해 후보정 시 명암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
도시 구조 속 착시, 건축사진으로 바라보다
두 사진 모두 우리 주변의 익숙한 공간에서 출발했다. 특별한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소재가 사용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빛과 구조, 그리고 보는 시선의 위치에 따라 평범한 것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 나의 사진 모토인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순간을 담고 싶었다.
도시는 매일 똑같은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 안을 조금만 다르게 바라보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구조, 질감, 빛의 흐름이 존재한다. 착시라는 것은 단지 눈속임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시선이고,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다음에도 또 이런 장면을 발견하길 바라며, 오늘은 이 두 장면으로 나의 시선을 나눠본다. 당신의 시선에서는 이 장면들이 또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 이 블로그 글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작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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