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무언가를 ‘건너’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강을 건너고, 시간을 건너고, 때로는 관계의 틈도 아슬아슬하게 건너도 있다. 그래서일까? 거대한 강을 잇는 하나의 다리를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생각하게 된다. ‘건넌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만은 아니라고...
오늘 두 장의 사진은 같은 다리에서, 같은 날 촬영한 것이다. 그러나 한 장은 무채색의 긴장과 대칭이,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주탑의 붉은 꼭대기와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리듬과 멀어짐의 깊이를 담아봤다.
그 다리 위, 주탑은 마치 인간이 만든 거대한 문처럼 서 있는 거 같다. 어떤 이정표처럼, 상징처럼, 또는 지나온 길과 다가올 세계를 잇는 관문처럼. 사진을 통해 그 느낌을 전해보고자 한다.
대칭 속에서 마주한 존재의 무게
어느 흐린 하늘 아래에서, 나는 다리의 정면에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순간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프레임을 맞추는 순간, 이 거대한 주탑이 마치 조용한 신전처럼 느껴졌다.
현대적인 케이블 교량의 주탑은 상징적인 기호처럼 보이기도 했다. 날카롭게 솟은 삼각형 구조는 하늘을 가리키고, 케이블은 양옆으로 긴장감 있게 당겨져 있다. 이 형태는 안정과 견고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무언가를 잇기 위해 설계하고 계산한 의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는 웅장한 다리를 볼 때마다, 그것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곤 한다.
촬영 팁: 대칭 구조물을 찍을 때는 프레임의 중심 정렬이 매우 중요하다. 바닥의 선이나 기둥 간격을 기준 잘 파악하고, 수평계 기능을 활용해 균형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흑백 전환은 명암 대비를 살려 구조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반복 속의 리듬, 색으로 남는 인상
이 사진은 조금 더 멀리서 촬영했다. 붉은 삼각형의 꼭대기는 마치 깃발처럼 멀리 있는 구조물에도 반복되며 나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반복되는 가로등은 그 사이를 메우며 시간의 흐름이나 어떤 리듬감을 주고 있었다. 사진에서 다리는 하나의 패턴으로 다가왔다. 단조로운 회색 하늘 위, 붉은 포인트가 거리마다 다른 위치에서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희미해져 가는 기억이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미래의 이정표처럼 느껴졌다. 주탑이 단순한 구조가 아닌 하나의 기호로, 하나의 형상으로 읽힐 수 있다면 이 사진은 그 감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빨간색의 삼각형 주탑을 보고 어떤 느낌이나 상징성을 얘기하는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곳은 북한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최 북단 지역이다.
촬영 팁: 반복되는 구조물을 담을 땐 망원 렌즈나 표준 화각으로 멀리서 프레이밍 하면 원근감과 리듬을 살릴 수 있다. 색이 가진 감정적 강도는 구조의 인상을 훨씬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리를 건넌다는 건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한다’는 '이동' 그 이상이라 생각한다. 그 사이에는 갈등의 순간도 있고, 선택이 있고, 마침내 결심하는 순간까지의 여정일 수도 있다. 다리 위는 돌아갈 수 없는 중간 지점이며, 일종의 틈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탑은 그 가운데 서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지금 당신은 돌아갈 수 없는 긴 여정을 건너고 있는 중이라고. 그 끝에서 무엇을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다리와 주탑처럼 당신도 지금 충분히 잘 견디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