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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향리 평화기념관에서 마주한 장면들, 그 안의 감정들 두번째 이야기

by jbzip-photostory 2025. 5. 5.

매향리 평화기념관에 남겨진 미군 막사, 그 안에서 마주한 풍경과 감정의 파편들. 유리창에 비친 반영, 붉은 벽돌의 패턴, 고요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건물의 실루엣까지, 공간의 틈을 촬영한 세 장의 사진.


매향리에 남겨진 시간의 조각들

매향리 평화기념관을 찾은 날, 정식 오픈 전이라 이곳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차분한 분위기에 낯설 만큼 정적 흐르는 거 같았다. 이곳은 과거 미군이 주둔하던 훈련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했다. 하지만 곳곳에 남겨진 건물의 흔적들은 분명히, 그 시간의 무게를 말하고 있었다.

막사의 유리창 앞에 섰을 때, 가장 먼저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유리창에 비친 또 다른 막사의 지붕이었다. 그 반영은 뚜렷하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그러나 유리창의 농도 때문에 파란 하늘과 빨간 막사의 지붕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겹쳐진 시간의 틈처럼 느껴졌다.

막사 유리창에 비친 또 다른 막사의 풍경
유리창에 반사된 막사의 지붕이 차가운 분위기 속에 떠오른다.

패턴에 끌리는 시선, 그리고 반복의 위로

나는 반복되는 패턴과 규칙 그리고 정렬된 모습에 유독 시선을 멈추곤 한다. 지나가다 발견한 벽돌의 배열, 페인트의 색감, 혹은 빛의 각도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풍경 안에서 균형과 질서를 찾아내고 촬영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막사의 벽 한가운데, 마치 벽난로의 굴뚝처럼 솟아오른 붉은 벽돌 구조가 있었다.
그것은 벽 전체와 명확하게 대비를 이루며, 마치 낡은 건축 속에서 기억을 고정시키는 하나의 기둥처럼 느껴졌다.
흰 벽 위에 벽난로의 굴뚝처럼 세워진 벽돌의 질감과 색,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내 뷰파인더 들어왔다.

막사 벽면에 세워진 굴뚝 같은 붉은 벽돌 패턴
흰 벽과 대비되는 벽돌의 조형. 균형감과 반복의 미학이 담겼다.

미니멀한 공간에서 마주한 풍경

막사의 뒤편으로 이어진 평지에는 하늘과 연결되듯 사선으로 된 지붕선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 공간 속에서 많은 것이 느껴졌다. 지붕 위로는 천천히 흐르는 구름, 그리고 사진 프레임 밖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만이 존재했다. 한 발 뒤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싶은 장면. 마치 어떤 이야기의 시작처럼, 평온한 긴장을 가지고 있었던 공간이었다.

막사의 지붕선과 하늘이 어우러진 미니멀한 풍경
단순한 구성이 오히려 감정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지나온 풍경들에 기대어

세 장의 사진을 보며 나는 문득, 우리가 지나치는 장면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매향리 평화기념관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구조물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그 당시 이곳의 삶을 상상할 수 있었다. 사진은 늘 그 순간에 있었던 ‘나’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그 모습을 상상하며 사진을 담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