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 쭈쭈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동물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는다. 보통 2시간의 대기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날이 흐린 북성포구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머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에 북성포구로 향했다.
북성포구는 인천 중구에 위치한 오래된 포구다. 지금은 어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사진가들 그리고 낚시꾼이 가끔 찾는, 조용하고 낡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포구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공장과 공장의 구조는 이곳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 공장들도 이제 서서히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
북성포구의 공장과 바다, 일몰빛이 드리운 첫 번째 풍경
첫 번째 사진은 북성포구에서 정면으로 공장을 바라보며 촬영한 장면이다.
하늘에는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붉은 일몰빛이 포구의 물결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인적 드문 포구와 철골 구조물이 시간과 감정을 동시에 눌러 앉히는 인상을 주었다.
촬영 팁
▶흐린 날에는 더더욱 RAW로 촬영해 색조를 자연스럽게 조정하고, 하늘의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포구나 수면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수평선을 정확하게 맞춰야 안정적인 프레임이 된다.
여백을 강조한 구조물의 실루엣, 두 번째 프레임
두 번째 사진은 북성포구 공장의 상징과도 같은 공장 구조물을 프레임 아래에 두고, 위로는 흐릿한 하늘 여백을 과감히 확보한 구도다.
하늘은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나간 구름의 흔적과 구조물의 투박한 윤곽이 고요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사진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구조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구조물에 머물러 있는 정적인 감정이다.
촬영 팁
▶노출을 약간 언더로 설정해 하늘의 디테일을 살리되, 콘트라스트를 이용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구조물의 하단에 초점을 맞추고, 상단은 자연스러운 흐림(soft focus)으로 처리하면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만들 수 있다.
북성포구가 주는 시간의 여운
이 공장은 지금도 가동되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정지된 채로 멈춰 선 유산일까? 이제 그 공장의 모습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공장 일부는 흔적이 지워지고 있지만, 그곳에 여전히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전해왔다.
마치 세월이 깃든 오래된 라디오에서 멀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그 앞에 서 있는 동안은 나 역시 그 풍경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에 잠긴다. 정지된 기계음, 퇴색된 철골, 그리고 낡은 포구 위를 지나는 바람 소리.
그 고요함은 침묵이 아닌, 오래된 속삭임에 더 가까웠다.
마무리하며 – 풍경이 아니라, 느낌을 담는 사진
이번 포스팅은 북성포구에서 마주한 풍경 중에서도, 공장과 바다, 그리고 구조물이 만들어내는 일몰의 여백과 정적을 담은 두 장의 사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사진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그 순간 느꼈던 감정을 다시 꺼내보게 만드는 매체다.
이곳 북성포구는 그런 감정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낯설지만 고요한, 낡았지만 아름다운. 그 안에서 나는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라 ‘기억’을 남겼다.
※ 이 블로그 글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작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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