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맺힌 추억의 조각들
나는 비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커피 향 가득한 차 안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음악도 듣고,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큰 행복이다. 그저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일! 유리창에 수많은 빗방울처럼, 기억도 그렇게 맺히는 거 같다. 어떤 기억은 빗방울처럼 또렷하고, 어떤 기억은 저 멀리 흐려진 배경과 함께 흐릿해지기도 한다.
이 사진은 빗방울을 따라 오래된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창문 너머는 흐릿한데 빗방울은 선명하다.
그것은 마음속에 남은 어떤 감정만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희미해지는데 그때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하다.
흐릿한 배경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감정
두 번째 사진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굴뚝, 건물. 주차된 차들...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인데 그것은 여전히 선명하지가 않다.
우리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때, 형태는 남아 있지만 그 안의 감성이나 사람의 흔적은 사라진 풍경.
하지만 비가 오면 그런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잊은 줄 알았던 그 시절, 그 추억, 그때 함께 했던 음악.
시간이 흐르며 점점 희미해 지는 기억 속에서 빗방울은 오히려 그 감정을 다시 또렷하게 소환하고 있다.
선명한 것은 사진 속 장면이 아니라, 마음이다.
이 사진들을 찍을 땐 특별한 연출도 없었다. 창밖의 빗방울에 카메라를 들이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선명해질 수 없는 기억, 흐려질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진 촬영 팁
비 오는 날 감성을 담고 싶다면, 배경보다 가까이 있는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보자. 흐림과 선명함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더 깊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흐림의 정도가 심해진다. 이것은 피사계심도에 영향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
넓은 화각과 좁은 화각도 심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가 어느 만큼 배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렌즈의 선택도 중요하다.!
비가 오면 떠오르는 그 시간들
비는 늘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누군가와 걸었던 거리, 2층 카페의 유리창 너머 내리는 비와 흐르는 음악, 혼자였던 어느 오후!
그 장면은 흐릿하지만, 그 마음은 잊쳐지지 않는다.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은, 어쩌면 내가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시간의 잔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잔상은 늘 비와 함께 경계를 만들고,
아주 천천히.. 선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