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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에서 마주한 하늘을 향한 시선-순교의 흔적과 공간의 울림

by jbzip-photostory 2025. 4. 20.

순교의 흔적과 공간의 울림

성지 역사 박물관 실내 이미지
성지역사 박물관의 실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영상 속 이미지와 실루엣의 사람들

 

서울 도심 가운데, 서소문역사공원 안에 자리한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은 우리가 종종 지나치던 공간이 전혀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성지역사박물관의 여러 코스가 있는데, 사진을 찍는 내 시선 속에 가장 오래 남은 하늘광장의 그 존재 '서 있는 사람들'은 더 깊이 기억되었다.

'서 있는 사람들' 앞에서 멈춘 나의 시선

서있는 사람들 조형물 전경 사진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하늘광장에서 바라본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서소문 역사박물관에 여러 관람 코스 중 하늘 광장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높이 솟은 조형물들이 규칙적이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모습은 단순한 형상이 아니었다. 그 형상들은 거룩한 기억을 품고 당당히 서 있는 듯했다. 하늘 광장에서 나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단순히 작품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작품과 공간에서 느끼는 나의 감정을 연결 짓고 싶었다. 이 작품은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들'이다. 기차가 수없이 지나가며 버텨온 고통, 그 침목을 세워 만든 의미 있는 작품이다. 침목은 이제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다. 이 침목의 형상은 종교를 이유로 박해받다 순교한 44인의 성인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끝냈을지 생각을 하게된다.

공간, 구도, 프레이밍 - 하늘을 향한 시선 

나는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일부러 그림자가 벽에 생기는 시간을 선택했다. 빛이 만든 그림자는 평면적인 장면에 대비를 만들고 하늘과 벽, 그리고 모든 배경이 교차할 구도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그림자를 따라 프레임을 구성해 사진 속 깊이를 살리면서 패턴화 된 형상에 시선에 눈길이 가도록 배치했다. 정적인 구조물이 아닌, 사람처럼 살아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촬영 팁

이곳처럼 열린 공간 안의 반복적인 피사체가 있을 땐, 프레임 속에서 시선이 어디로 모이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위로 열려 있는 공간에서는 하늘과의 대비, 빛이 들어오는 시간, 그리고 사람의 위치에 따라 사진에 드라마틱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침묵 속 존재감, 그들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다

서 있는 사람들 작품의 클로즈업
침목으로 제작된 조형물 하나하나가 마치 인물처럼 보이는 장면

 

하늘 광장이란 공간에 침목으로 만든 '서 있는 사람들'의 작품은 고통을 껴안고도 꺾이지 않았던 순교자의 삶과 많이 닮아 있었다.

나는 이 작품들을 공간의 벽과 하늘을 배경으로 한 로우 앵글로 촬영을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하늘을 향해 서 있는 형상들처럼 시선도 결국 그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선을 따라 나 역시 한참을 보고 사진을 담았던 거 같다. 고요한 공간 속에서 묵묵히 서 있는 그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였다. 하늘 광장은 하늘이 보이는 개방감이 아주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사방이 벽인 공간은 프레임 안에서 인물이라 구조물을 표현하기에 구도를 낮춰 형상과 하늘을 연결 짓는 로우앵글을 사용해 침목의 형상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 장면은 형상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단조롭지 않으면서 주제를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위로의 공간에서 마주한 형상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은 단순하게 역사의 흔적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정현 작가의 '서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도 묵직한 느낌을 건넸고, 나는 그 작품과 마주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 공간을 찾을 계획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 할 장소중 한 곳! 하늘광장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공간의 침묵은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