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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들, 그 두 번째 이야기

by jbzip-photostory 2025. 4. 18.

성수동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들

어느 날, 사진 동지들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수동의 익숙한 거리를 가게 되었다. 이곳은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상황들을 선물해 준다. 자연이 주는 모든 것들은 성수동의 건물, 그리고 거리의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한 프레임 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날 내 뷰파인더에 두 명의 자전거 탄 사람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반쯤 잘린 채 프레임을 휘젓고, 다른 한 사람은 프레임의 가장 먼 곳의 배경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린다. 서로 닿지 않을 거리감, 다른 크기, 하지만 붉은 벽면 앞에서 그 둘은 기묘하게도 하나의 흐름처럼 다가 온 순간이었다. 나는 그 간격과 어긋남이 주는 이 상황의 자연스러운 균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성수동은 일상의 경계에 서 있는 동네라 생각한다. 공장과 카페, 창고와 갤러리, 철제 펜스와 사람들. 모든 것이 낡았지만 동시에 새롭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나는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조화로움을 마주하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선물을 받곤 한다.

이번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면의 인물과 배경의 인물의 차이는 프레임 속에서 공간의 깊이를 보여 주고 있는 거 같은 기분이다. 또한 그 사이 붉은 벽은 배경이 되어 하늘의 블루와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자전거를 탄 남성과 여성이 붉은 벽 앞을 지나가는 장면
성수동의 어느 붉은 벽 앞,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두 인물의 모습

성수동 거리에서 사진 찍을 때의 팁 하나

이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기다림' 덕분이었다. 거리 사진을 찍을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타이밍이다. 좋은 구도가 만들어질 때까지, 사람들이 프레임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올 때까지, 나는 자리를 바꾸지 않고 꽤 오랫동안 기다린다. 순간을 기다리는 인내심은 거리 사진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특히 움직이는 사람을 찍을 땐 셔터 스피드 조절이 중요하다. 이 사진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블러 처리된 것도 셔터 속도를 빠르게 잡기보다는 중간 정도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앞의 인물은 약간 흐릿하고, 배경은 더 선명하게 남아 예상치 못한 깊이를 만들어 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수동 거리에서 마주친 색과 움직임

나는 평소에도 색과 형태에 민감한 편인데, 성수동은 그런 나에게 안성맞춤인 동네다. 무채색 건물들 사이에 뜬금없이 툭 보이는 강렬한 색채, 인위적인 구조물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 특히 이날 마주친 붉은 벽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자전거, 그림자, 빛의 반사까지. 모두가 그 붉은색과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그림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런 장면을 마주할 때마다 단순히 ‘잘 찍힌 사진’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마치 평범한 일상이 새로움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처럼...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나에게 그 시간 느꼈던 감정과 순간의 기록이다. 그 순간에만 존재했던 구도, 빛, 그리고 프레임에 들어온 모든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의 평면 위에 고정하는 일. 그래서 나는 성수동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매일 다니는 거리라도, 하루의 빛이 다르고 사람의 옷차림이 다르며, 그날의 상황과 감정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붉은 철문 앞을 자전거를 타고 흐릿하게 지나가는 남성의 모습
빨간 철문 앞, 흐릿한 움직임으로 성수동 거리의 색채감과 동적인 흐름을 촬영했다.

성수동에서 계속될 이야기들

이번이 두 번째 이야기이지만, 성수동을 향한 나의 관찰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이 거리에서 만났던 순간들, 그리고 마주칠 수많은 순간들을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딘가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런 작은 찰나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걸, 이 블로그를 통해 계속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