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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거리에서 마주친 순간들, 세 번째 이야기

by jbzip-photostory 2025. 4. 21.

성수동 골목에서 만난 풍경, 익숙하지만 낯선 리어카

-삶의 무게가 눌러앉은 리어카 앞에서

한낮의 햇살이 길게 골목을 가로지를 무렵, 나는 성수동의 한 벽면에서 이 리어카를 발견했다. 산 더미 같이 박스를 실은 리어카. 무심한 듯 세워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나에게 던지는 무언의 감정이 있었다.

리어카의 바퀴를 본 순간, 나는 발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바람 빠진 리어카의 바퀴는 나에게 무게를 말하고 있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버려진 짐을 싣고, 여전히 거기에 서 있는 리어카. 그것은 오히려 이 거리를 걷은 우리들의 모습을 비추는 거 같기도 했다. 늘 무엇인가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처럼 말이다...

성수동 거리에서 박스를 가득 실은 리어카, 바람 빠진 바퀴가 인상적인 로우 앵글 사진
바람이 빠진 리어카는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위태롭고 무거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거 같다.

초록색 빗자루와 쓰레받기, 성수동 거리의 정서

이곳은 내가 주로 걷은 대림창고 라인의 거리이다. 이곳을 걷다가 눈에 들어온 장면은 파란색 주차관리 컨테이너 벽 앞에 조용히 놓여 있는 초록색 빗자루와 노란색 쓰레받기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 주변의 청소를 마치소 자리를 비운 듯, 깨끗하면서도 생활의 흔적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도로의 노면에는 지워지고 새로 칠한 노란 선, 그리고 노란색의 쓰레받기! 이 작은 사물 하나하나가 말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적했던 거리임에도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조차도 이 거리에서는 나에게 하나의 풍경이 되는 곳이다.

파란색 컨테이너 옆 노란 의자와 초록색 빗자루, 노면 구획선이 조화를 이루는 거리 풍경
사물 하나하나 조화로운 풍경이 되는 거리


감정이 담긴 시선- 프레이밍의 활용 팁

리어카 사진은 서서 위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다.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 리어카와 같은 높이로 사진을 촬영했다. 이처럼 리어카의 눈높이에 맞춰 앵글을 만들면, 리어카의 실린 박스 더미와 바람 빠진 바퀴를 균형적으로 보여 줄 수 있다. 그래서 리어카의 짊어진  무게, 그리고 바람이 빠진 바퀴에서 오는 묵직한 느낌을 더욱 직관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장면은 노면 구획선과 사물들의 위치를 프레임 삼아 구도를 정리했다. 공간의 선과 사물들을 이용하면 평범한 사물도 사진 안에서는 이야기처럼 살아나기도 한다. 프레이밍은 감정을 담는 중요한 틀이라 생각한다. 사물이 위치한 것과 빈 공간의 의미를 함께 고려해서 촬영하면 같은 풍경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촬영할 수 있다.

 

촬영 팁

▶ 피사체와 같은 높이의 앵글로 촬영하면, 그 대상을 보다 객관적이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다.

▶ 거리의 구조물을 이용한 프레임을 만들고, 주변의 인물이나 사물의 존재감을 살려보자.

▶ 빈 공간, 즉 여백을 만들어 보는 사람들의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


성수 거리에서 감정을 담아낸다는 것

성수동은 나에게는 특별한 무대다. 모든 골목과 벽, 사물과 그림자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는 관객이 되기도 하고, 때론 그림자와 반영으로 배우가 되어 그 순간들을 촬영한다.

이날 마주한 리어카는, 단지 고물을 실어 나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이었다. 한 구역의 초록색과 노란색의 사물들, 바람 빠진 바퀴도 누군가의 삶의 일부분이다. 그런 상황들에 내가 감정을 이입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에서 보는 나의 사진 모토이자 사진을 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