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 그라운드의 변신
성수동에서 건대입구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독특한 파란색 컨테이너 건물이 눈에 띈다. 이곳은 바로 커먼그라운드,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쇼핑몰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바라본 커먼그라운드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었다. 후반작업을 통해 표현한 이미지 속에서 건축은 더 이상 정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태로 다가왔다. 마치 기계적인 질서를 갖춘 로봇처럼 보이기도 했고, 영화 속 미래 도시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기하학적 구조와 색감의 조화
커먼그라운드는 대형 컨테이너를 쌓아서 만든 구조적 특성이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파란색 컨테이너들이 반복적으로 쌓인 형태는 마치 블록을 조립한 듯한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건축물을 단순히 ‘보이는 그대로’ 촬영하는 것은 나에게 흥미롭지 않았다. 이번 촬영에서는 건축의 형태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표현해 봤다. 대칭을 강조하고, 컬러를 조정하며, 시각적 변화를 주었다. 그 결과, 원래는 수직적이었던 구조물이 착시를 만들었고, 현실적인 공간이 미래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후반 작업을 통한 건축의 변형 사진의 본질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나는 사진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칭 기법을 활용 새로운 이미지 창출
원래의 건물 형태를 좌우 대칭으로 배열하는 데칼코마니 방식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건축이 단순한 공간에서 미래형 조형물로 변화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컬러 조정으로 분위기 변화를 시도했다. 커먼그라운드의 파란색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며 차가운 미래 도시의 느낌을 강조했다. 그리고 특정 영역의 색상을 조정해 눈에 띄는 대비와 강한 시각적 이미지가 되도록 했다. 커먼 그라운드 원래의 용도를 떠나 전혀 다른 형태와 의미를 부여해 봤다. 그 결과, 커먼그라운드는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기계 생명체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성수동에서 찾은 건축과 사진의 경계
성수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낡은 공장 건물 사이로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고, 오래된 골목에는 성수동만의 레트로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커먼그라운드의 촬영은 단순히 한 건축물을 담는 것이 아니라, 성수동이 가진 변화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었다. 이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다. 건축물을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낸 입체감
이번 촬영에서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도 중요한 요소였다. 강한 대조를 이루는 그림자 덕분에 단순한 형태의 건축물이 마치 떠 있는 듯한 입체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후반 작업에서 그림자의 명암을 강조하면서 건물의 각진 형태가 더욱 입체적으로 보였고, 이는 기계적인 느낌을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가 되었다.
건축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
우리는 흔히 건축을 ‘변하지 않는 공간’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건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촬영에서 나는 커먼그라운드를 통해 건축을 하나의 유기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내고자 했다. 건축 사진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와 감성을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이러한 공간을 재해석함으로써, 지나치기 쉬운 장면도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수동을 걸으며 익숙한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 과정에서 건축과 사진이 만나는 경계를 표현하는 것. 그것이 내가 건축 사진을 통해 계속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