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장미가 건네는 말
카메라 너머로 바라보던 그 순간, 꽃은 이미 삶의 끝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말라버린 장미는 마치 자신이 가졌던 화려함을 다 내보인 뒤, 조용히 자리를 내려놓는 듯한 느낌이었다. 옆에 함께 놓인 다른 꽃 한 송이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해 위로를 하는 거처럼 보였다.
흑백으로 표현한 이 사진은 시간의 흐름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색이 사라진 공간 속에서 형태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흔히 활짝 핀 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나는 오랜시간 말라버린 이 순간 오히려 마음이 끌렸다. 피어오르는 순간은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지는 모습이 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가려진 자리에서 피어난 마음
이 사진을 찍은 날, 나는 서울의 북촌 거리를 거닐다 문득 그 자리에 멈췄다. 테이블 모서리에 놓인 작은 꽃 한 송이가 어둠과 빛의 경계에 서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기억처럼.
사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시선이 가려진 프레임이다. 일부러 유리창 일부의 창틀을 프레임 삼아 꽃의 존재를 절반쯤 감췄다. 전부를 드러내지 않아도, 그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프레임에서 가장 신경 쓰는, 공간을 비워두는 사진은 보는 이가 그 빈자리를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한다. 여백이 주는 가장 훌륭한 배려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촬영 팁
이번 사진들은 자연광과 일부 실내등을 활용한 실내 정물 촬영과 거리의 창문 앞에 놓여진 꽃 사진이다. 창가나 빛이 스며드는 방향을 배경 삼아,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 차이를 충분히 둠으로써 입체감을 강조했다.
조리개는 f/2.8과 4로 하고 감도는 400이하로 설정하고 노이즈를 최소화 함으로써 감성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그림자나 여백을 프레임 삼아 피사체를 일부러 감추는 방식을 사용하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이 사진에서는 빛과 여백, 말라버린 꽃의 질감, 흑백 톤의 활용이 감성 사진을 완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꽃은 결국, 우리 마음의 모습이다
사진 속 꽃은 모두 말라가고 있었고, 때로는 다른 요소에 가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 속에서 나는 초라해진 인간이 무엇인가를 쳐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피어오르는 것도, 지는 것도, 마르고 부서지는 순간조차도.. 결국 모두 삶이라는 틀 안에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사진은 늘 내가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의 흔적을 대신한다. 이번 사진도 마찬가지였다.
빛이 스며든 어느 오후의 방 안에서, 시든 꽃과 창문 너머 피어난 한 송이 꽃은 그렇게 나의 시선에 들어왔다.
사진 속 감정이 깊게 느껴지셨다면,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시든 꽃을 마주했나요?
지금의 나처럼, 말 없는 것들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날도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