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의 끝자락, 공항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포내 어촌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한 포구 마을이다. 포내 어촌마을의 새벽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시작된다. 수면 위로 퍼지는 고요한 색의 파동,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여명, 그리고 그 속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들.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나는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포내 어촌마을은 비교적 덜 알려진 작은 마을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소문이 나있는 장소였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환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촬영은 만조가 겹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노려 진행했다. 해가 뜨기 직전, 여명의 색이 수면 위로 퍼지며 하늘과 바다가 경계를 잃는 그 찰나와 이곳의 구조물의 미니멀한 모습도 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이른 새벽, 포구 앞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해뜨기 전 여명의 색, 포내 어촌마을의 아름다움
해가 떠오르기 직전, 부드러운 주황빛과 보랏빛이 바다와 하늘을 덮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멀리서 내려오는 비행기가 새벽의 고요를 가르며 착륙을 위해 내려오고 있다.
첫 번째 사진은 포내 어촌마을의 수평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담은 컬러 사진이다. 수면은 여명의 빛을 받아 주황, 분홍, 보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을 품고 있다. 해안가의 작은 부두 구조물들은 그 속에서 실루엣으로만 존재하며, 오히려 색의 공간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구도상 전경에는 부두의 작은 고정장치가 실루엣으로 살짝 들어가 있는데, 이 요소 하나가 프레임과 스토리 구성에 좋은 피사체가 될 듯하기도 했다.
촬영 팁으로는, 이처럼 여명의 미묘한 색감을 담기 위해서는 해가 뜨기 전 약 30분~10분 전 사이가 가장 좋다. 화이트 밸런스를 '그늘' 혹은 '주광'으로 설정하고, 과다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노출 보정을 언더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을 덜어낸 감정의 파동, 흑백 속의 침묵
두 번째 사진은 같은 장면을 하단의 실루엣 고정물을 제외하고 흑백으로 표현한 것이다. 컬러가 사라진 대신, 시간과 감정의 결이 더 또렷해진다. 특히 수면의 질감과 구조물의 실루엣이 더욱 강조되며, 시선을 단순하게 만든다. 컬러 사진이 '아름다움'에 초점이 있다면, 흑백 사진은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나는 이 장면을 흑백으로 다시 구성하며, 오히려 더 많은 여백과 침묵을 느꼈다. 뭔가를 말하기보다 말하지 않는 힘, 그 힘이 이 사진에서 가장 큰 미덕이 되었다.
색이냐 감정이냐, 같은 풍경을 다르게 담는 시선
두 장의 사진은 동일한 장소, 동일한 시간에 촬영된 것이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컬러 사진은 여명의 색이 주는 생명력과 희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반면, 흑백 사진은 구조물의 형태와 수면의 고요함을 통해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색을 포함하는 것이 감정을 더 풍부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색을 덜어냄으로써 오히려 감정이 더 뚜렷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대비를 시도할 때 중요한 것은 촬영 당시의 감정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그 감정을 어디에 더 초점을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 이번 촬영은 '빛과 미니멀의 경계'를 표현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렇기에 두 장의 사진 모두, 같은 장면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포내 어촌마을, 기억의 수면 아래에 남은 순간
영종도의 이 작은 마을은 누군가에겐 그저 지나치는 곳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진가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이곳은 감정이 머무는 장소다. 정적인 구조물, 움직이는 하늘, 밀려오는 물결, 그리고 그 사이로 착륙을 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는 비행기 한 대.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는 그 새벽의 순간은 어쩌면 두 번 다시 마주치기 어려운 찰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셔터를 눌렀기에, 나는 그 찰나를 한 장의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 이 블로그 글에 사용된 사진은 모두 직접 촬영한 작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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