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 강화도로
봄이 서서히 저물어갈 무렵, 강화도로 향했다. 강화도가 서울보다 북쪽이라 꽃이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사진 친구는 화려한 벚꽃길 대신 오래된 것, 낡아버린 것, 그리고 그 사이에 피어 있는 작은 봄의 조각들을 찾기로 했다. 그날 만난 풍경은 화려하지 않았다. 조용히, 다만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들!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 지붕과 노란색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노란 지붕과 노란 승합차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벚꽃 가지가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강화도는 아직 봄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꾸며놓은 것도 아니고, 연출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남아 있던 봄이 마지막 힘을 내듯,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봄을 지키고 있는 봄의 화신 같았다.
파란 하늘과 노란 지붕, 노란 승합차, 그리고 부드러운 벚꽃.
그 따듯한 색감들과 벚꽃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장면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이미지를 담았다.
촬영 팁
▷ 화면을 구성할 때 색의 대비를 살려보자.
파란 하늘과 노란색, 그리고 핑크빛 벚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프레이밍 하면, 봄의 청량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
▷ 노출은 약간 어둡게
하늘이 과하게 날아가지 않게 주의하고, 꽃잎의 디테일을 살려 촬영했다.
노출은 프레임상 여러 요소들을 생각해서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
노란 지붕 아래 오래된 창틀, 스며든 시간
위에 사진 노란 지붕 아래 배관이 집안으로 통하는 창문이 보였다. 마감한 사각틀도 노란색으로 선택한 집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벽면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균열이 간 페인트, 빛바랜 창틀, 모든 것이 세월과 함께한 시간의 흔적들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오히려 그곳에는 진짜 시간이 있었다. 아마 누군가는 이 풍경을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곳이 봄보다 더 따뜻했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과 벚꽃의 조화, 그리고 이런 미니멀한 이미지를 선물로 받은 시간이었다.
촬영 팁
▷ 미니멀한 구도
복잡한 배경을 피하고, 지붕과 창틀의 조합을 단순화해서 담아내자.
색감과 구조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
▷ 자연광 활용
이 미니멀한 벽에 빛이 닿을 시간을 기다려 촬영하면 색이 좀 더 깊어질 수 있을 거 같다.
해 질 녘 오래된 집의 벽,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풍경
강화도는 해안선도 아름답고 멋지지만, 강화의 마을을 산책하다 보면 아직 오래된 전통이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어느 마을을 걸어가다 오래된 집 앞에 섰을 때, 해가 지는 중이었다. 오래된 벽에 나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벽의 낡은 질감과 그림자의 선명함, 그리고 해가 넘어가는 온도가 어우러져, 어떤 감정이 생겨났다. 빨간 지붕을 덮고도 남을 그림자의 크기로 보아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지켜왔을지 짐작을 하게 된다. 무던히도 아무 말 없이 계절에 따라 지켜준 나무 때문에, 이 집에서 느끼는 쓸쓸함 대신 어떤 안도감 같은...
촬영 팁
▷ 황금 시간대 촬영.
해 질 녘, 부드럽고 따뜻한 빛이 벽에 각도를 만들어준다. 이때 나무 그림자와 벽면의 질감을 같이 바라보자.
▷ 명암 대비를 살려라.
나무 그림자를 뚜렷하게 강조하기 위해 약간 언더 노출로 촬영했다.
낡은 곳에 남은 봄, 그리고 마음 한편에 스며든 감정
강화도에서 본 풍경들은 아름답고 모두 소박했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명소는 가지 않았다. 많은 사람과 화려한 벚꽃길, 대신 바랜 벽과 창틀, 낡은 차와 작은 꽃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봄은 누구에게나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이렇게, 오래되고 낡은 것들 틈에서 남아 있는 봄의 기운이 더 오래 숨 쉬는지도 모른다. 그런 봄의 흔적을 담은, 소박하지만 진짜 내 마음에 남은 사진들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계절의 끝자락에서, 강화도의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