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선으로 마주한 풍경
주말 도시를 벗어나, 강화도의 한적한 길을 걷고 있던 어느 오후였다. 늘 보던 송신탑이 이날은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보였다. 송신탑의 밑에서 보니 나를 향해 뾰족한 선을 들이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심 속 수많은 건물들과는 느낌이 달랐고, 그 생김새는 오히려 어떤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무심히 지나칠 법한 철골 구조물 밑에서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땐 그저 기능적인 철탑일 뿐이었다. 하지만 프레임 안에서 보는 모습은 그 단순한 철골의 패턴은 어느새 기하학의 질서를 품은 아름다운 형상으로 변모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그 선들은 수학적으로 정리된 도형처럼 보이기도 했고, 다른 순간에는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의 형상처럼 다가왔다. 내 눈과 상상력은 구조물의 디테일을 따라 움직였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과 맞닿는 선을 따라 사진의 구도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기하학의 눈으로, 철골의 패턴을 바라보다
이 구조물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 나는 그 높이에 압도당했다. 고개를 한껏 들어야만 보이는 정중앙 꼭대기. 거기서부터 퍼져 나오는 선들과 면이 반복되며 만들어낸 질서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각적 쾌감이 있었다. 이 구조물은 완벽한 대칭과 패턴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사진은 철골 구조물의 정중앙 아래에서 위를 향해, 카메라를 수직으로 올려 촬영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완벽한 수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살짝만 기울어져도 구조물이 주는 긴장감과 조형미, 그리고 균형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의 수평과 수직 가이드를 켠 채로 화면의 중심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갔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선, 낯선 생명체를 닮다
구조물의 다른 면을 따라 돌면서,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측면에서 위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이 철탑의 또 다른 얼굴이 보였다. 날카롭고 위태로워 보이는 뾰족한 선. 마치 새가 날개를 모은 채, 하늘을 향해 부리를 치켜든 모습 같았다.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그 이미지를 담기 위해 나는 바닥에 거의 앉다시피 했다. 구도를 위로 밀어올리며 구조물이 하늘과 맞닿는 지점을 강조했다. 그 순간, 구름이 얇게 퍼진 하늘이 철골 사이로 스며들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익숙했던 피사체가 새로움의 경계에서 보여준 이미지이다.
촬영 팁: 구조물을 담을 때는 ‘왜곡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처럼 직선이 많은 구조물을 촬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왜곡’인거 같다. 특히 광각 렌즈를 사용할 경우, 화면 가장자리에서 수직선이 휘어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나는 렌즈의 화각 그리고 피사체의 거리를 생각하며 촬영하곤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심선 정렬이다. 수평과 수직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구조물이 불안정해 보이고 그 기하학적 질서가 무너지기 쉽다. 색감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은 오히려 흑백으로 전환했을 때 형태가 더 뚜렷하게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색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와 빛, 질감만으로 이미지를 구성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구조물 속에서 찾은 낯선 감정
이 철골 구조물은 사람들이 눈길을 잘 주지 않는 대상이다. 그저 기능을 수행하는, 삭막하고 차가운 구조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서 오히려 감정이 생겨나는 장면들이 있다.
이날 내가 만난 철골 구조물은 단순한 ‘철’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체 같기도 하고, 수학 공식 같기도 하며, 선과 면, 패턴과 균형이 만들어내는 이 구조 속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형태의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거 같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도 우리가 시선을 달리하면,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메라를 든다는 건 결국, 새로운 경계에서 바라본 우리들의 시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