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철골 구조물의 기하학, 낯선 시선으로 마주한 풍경

by jbzip-photostory 2025. 4. 26.

낯선 시선으로 마주한 풍경

주말 도시를 벗어나, 강화도의 한적한 길을 걷고 있던 어느 오후였다. 늘 보던 송신탑이 이날은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보였다. 송신탑의 밑에서 보니 나를 향해 뾰족한 선을 들이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심 속 수많은 건물들과는 느낌이 달랐고, 그 생김새는 오히려 어떤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무심히 지나칠 법한 철골 구조물 밑에서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땐 그저 기능적인 철탑일 뿐이었다. 하지만 프레임 안에서 보는 모습은 그 단순한 철골의 패턴은 어느새 기하학의 질서를 품은 아름다운 형상으로 변모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그 선들은 수학적으로 정리된 도형처럼 보이기도 했고, 다른 순간에는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새의 형상처럼 다가왔다. 내 눈과 상상력은 구조물의 디테일을 따라 움직였고, 그 위로 펼쳐진 하늘과 맞닿는 선을 따라 사진의 구도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기하학의 눈으로, 철골의 패턴을 바라보다

이 구조물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봤을 때, 나는 그 높이에 압도당했다. 고개를 한껏 들어야만 보이는 정중앙 꼭대기. 거기서부터 퍼져 나오는 선들과 면이 반복되며 만들어낸 질서에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각적 쾌감이 있었다.  이 구조물은 완벽한 대칭과 패턴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사진은 철골 구조물의 정중앙 아래에서 위를 향해, 카메라를 수직으로 올려 촬영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완벽한 수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살짝만 기울어져도 구조물이 주는 긴장감과 조형미, 그리고 균형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의 수평과 수직 가이드를 켠 채로 화면의 중심을 미세하게 조정해 나갔다. 

철골 타워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기하학적 패턴
철골 구조물의 정중앙 하단에서 위를 향해 촬영한 사진. 반복적인 패턴과 대칭적인 구성이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준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한 선, 낯선 생명체를 닮다

구조물의 다른 면을 따라 돌면서,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려 측면에서 위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이 철탑의 또 다른 얼굴이 보였다. 날카롭고 위태로워 보이는 뾰족한 선. 마치 새가 날개를 모은 채, 하늘을 향해 부리를 치켜든 모습 같았다.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그 이미지를 담기 위해 나는 바닥에 거의 앉다시피 했다. 구도를 위로 밀어올리며 구조물이 하늘과 맞닿는 지점을 강조했다. 그 순간, 구름이 얇게 퍼진 하늘이 철골 사이로 스며들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익숙했던 피사체가 새로움의 경계에서 보여준 이미지이다.

새의 부리처럼 보이는 철골 구조물의 뾰족한 형태
철골 구조물을 낮은 각도에서 위로 향해 촬영한 이미지. 점점 좁아지는 형태가 새의 부리를 연상시키며, 생명체 같은 형상으로 보였다.

촬영 팁: 구조물을 담을 때는 ‘왜곡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처럼 직선이 많은 구조물을 촬영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왜곡’인거 같다. 특히 광각 렌즈를 사용할 경우, 화면 가장자리에서 수직선이 휘어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나는 렌즈의 화각 그리고 피사체의 거리를 생각하며 촬영하곤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중심선 정렬이다. 수평과 수직을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구조물이 불안정해 보이고 그 기하학적 질서가 무너지기 쉽다. 색감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은 오히려 흑백으로 전환했을 때 형태가 더 뚜렷하게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색에 의존하지 않고, 구조와 빛, 질감만으로 이미지를 구성해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구조물 속에서 찾은 낯선 감정

이 철골 구조물은 사람들이 눈길을 잘 주지 않는 대상이다. 그저 기능을 수행하는, 삭막하고 차가운 구조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서 오히려 감정이 생겨나는 장면들이 있다.

이날 내가 만난 철골 구조물은 단순한 ‘철’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체 같기도 하고, 수학 공식 같기도 하며, 선과 면, 패턴과 균형이 만들어내는 이 구조 속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형태의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는 거 같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도 우리가 시선을 달리하면,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메라를 든다는 건 결국, 새로운 경계에서 바라본 우리들의 시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