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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본 감정의 조각들, 그 첫 번째 이야기

by jbzip-photostory 2025. 5. 12.

민들레와 단풍,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온도의 기억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나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땅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살아가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 순간, 세상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감성 사진 시리즈. 이번 글에서는 그 첫 번째 장면을 나눈다. 민들레 하나, 그리고 붉은 단풍 몇 잎. 서로 다른 계절에서 피어난 색과 감정이 한 하늘 아래 자연스럽게 섞여 들었다.


민들레를 올려다본  날 — 기억 속 엄마의 마음처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위로 솟은 민들레 사진
흔들리듯 뿌연 초점 속에서도 민들레의 존재는 분명했다.

 

이 사진은 어제 동네 산책 중 마주한 민들레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찍은 것이다.  이 민들레를 보고 어머니가 떠올랐다. 건강이 좋지 않던 어느 시기, 어머니는 민들레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직접 들에 나가 민들레를 캐 오셨다. 흙 묻은 뿌리를 정성껏 씻고, 햇살 좋은 마당에 말려 진액을 만들기 위해 건강원에 가져가셨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이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그래서 민들레를 보면 나는 늘 그 시절의 엄마가 떠오른다. 흐릿하게 찍힌 이 사진은 그런 기억을 담은 장면이다. 선명한 형태보다 더 강렬하게 남는 감정, 바람 속에 흔들리던 그날의 냄새까지도 담아보려 했다. 민들레의 가녀린 줄기처럼, 나를 붙들고 있던 엄마의 손길이 어렴풋이 전해졌다.

촬영 팁

구도: 로우 앵글로 하늘을 배경으로 피사체를 촬영하면 극적인 시점이 연출된다.

초점 설정: 수동 초점(MF)으로 설정해 일부러 피사체에 정확히 맞추지만, 바람에 흔들림을 살리기 위해 저속 셔터로 촬영해 보자. 감성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노출 조절: 약간 밝게 찍으면 민들레 솜털의 부드러움이 더 잘 살아난다

햇살 아래 붉게 피어난 단풍 — 계절의 기억, 감정의 색

햇살을 머금은 붉은 단풍잎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모습
햇살이 만들어낸 빛의 얼룩 사이, 붉게 타오르던 어느 하루의 마음.

 

민들레를 찍고 난 후, 근처의 빨간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위로 붉게 물든 단풍잎이 시야를 채웠다. 같은 하늘 아래, 민들레는 발밑에서 조용히 피어나 있었고, 단풍은 위에서 빛을 머금은 채 타오르고 있었다. 이 단풍은 내가 걸어온 계절과 감정을 상기시켜 주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차분한 가을로 들어서는 전환의 순간처럼. 붉게 타오르며 자신을 내어주는 그 모습은 어쩌면 마음속 어떤 기억과도 닮아 있었다.

햇살은 단풍잎 사이로 스며들며 붉은 실루엣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이때의 느낌을 프레임 안에 그대로 담기 위해 목을 뒤로 젖히고 셔터를 눌렀다. 뷰파인더가 꺾이지 않는 내 카메라의 최대 단점이다. 민들레와 단풍. 같은 날 만난 민들레와 단풍나무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서 있었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한쪽은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았고, 한쪽은 위에서 빛을 내려주었다. 

 

촬영 팁

역광 활용: 단풍잎의 선명한 실루엣을 위해 햇빛이 잎 뒤쪽에서 들어오도록 촬영하자.

채도 조절: 채도는 약간 높이고 명도는 낮춰 붉은색의 깊이를 강조하면 더 드라마틱한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배경과 분리: 하늘이나 어두운 배경을 통해 단풍잎의 형태를 부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날의 하늘, 그리고 엄마의 기억

민들레와 단풍. 잡초와 나무!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두 식물이지만, 그날 내게는 하나의 흐름이었다. 발밑에서 위로 솟은 민들레는 엄마의 손길을 닮았고, 하늘 위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지나간 감정들을 깨워주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삶을 다시 바라보고 다시 기억을 되살리곤 한다. 평범한 산책길도, 익숙한 공원의 식물도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은 그 기억을 붙잡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두 장의 사진은 단지 식물을 찍은 기록이 아니라, 내가 겪은 하루의 감정이고, 엄마와 나 사이를 연결해 주는 하나의 매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