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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착시, 빛의 입체: 평면 위에 만들어진 또 하나의 공간 평면의 건축이 만들어낸 입체의 환상 도심을 걷다 보면 자주 지나치는 건물 중에도 유독 시선을 끄는 장면이 있다. 그날 내가 마주한 이 건물도 그런 건물 중 하나였다. 첫눈엔 평면적인 구조물이었다. 사각형 창과 벽돌 무늬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의 프레임을 맞추는 순간, 이 건물은 완전히 다른 형태로 프레임에 들어왔다.정면에서 바라본 이 건축물은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정중앙의 흰색 기둥형 벽체가 건물 전체를 반으로 나누고, 그 양쪽에는 기하학적인 구조로 입체감을 고려해 균일하게 배열되어 있다. 그 반복과 균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입체적인 블록이 튀어나온 듯한 느낌, 혹은 안으로 움푹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기묘한 시각적 경험. 이는 단순한 구조 이상의 .. 2025. 5. 22.
영종도 포내 어촌마을 여명 속 비행기와 바다 인천 영종도의 끝자락, 공항과 바다 사이에 위치한 포내 어촌마을은 소박하고 조용한 포구 마을이다. 포내 어촌마을의 새벽은 도시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시작된다. 수면 위로 퍼지는 고요한 색의 파동,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여명, 그리고 그 속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들.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나는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포내 어촌마을은 비교적 덜 알려진 작은 마을이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는 소문이 나있는 장소였다.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을 수 있는 환경들을 간직하고 있다. 이번 촬영은 만조가 겹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노려 진행했다. 해가 뜨기 직전, 여명의 색이 수면 위로 퍼지며 하늘과 바다가 경계를 잃는 그 찰나와 이곳의 구조물의 미니멀한 모습도 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와.. 2025. 5. 21.
송도에서 바라 본 노을 빛 인천대교 도시를 잇는 거대한 곡선, 인천대교송도에서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할 때,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인천대교. 이 다리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총연장 21.38km에 달하는 인천대교는 일몰 무렵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기도 한다.이번 글에서는 얼마 전 드론을 띄워 촬영한 인천대교의 풍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송도에서 바라본 인천대교의 곡선, 그리고 하늘을 물들이는 빛의 변화를 사진으로 담았다. 한 장면은 해가 넘어가기 직전, 또 한 장면은 어둠이 조금씩 밀려오는 시점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분위기지만, 모두가 일몰이라는 한 순간의 찰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갯벌을 가로지르는 불빛들시간이 지날수록 송도 앞 갯벌엔 일몰을 보기 위해 자동차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 2025. 5. 20.
북성포구_풍경 속 여백을 담다 우리 집 강아지 쭈쭈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동물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는다. 보통 2시간의 대기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하다가, 날이 흐린 북성포구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만히 머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에 북성포구로 향했다.북성포구는 인천 중구에 위치한 오래된 포구다. 지금은 어시장을 찾는 사람들과 사진가들 그리고 낚시꾼이 가끔 찾는, 조용하고 낡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포구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공장과 공장의 구조는 이곳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그곳에 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 공장들도 이제 서서히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북성포구의 공장과 바다, 일몰빛이 드리운 첫 번째 풍경 첫 번째 사진은 북성포구에서 정면으로 공장을 바라보며 촬영한 장면이다.하늘에는.. 2025. 5. 19.
사진을 찍지 못한 날, 길을 잘못 들어 만난 터널 풍경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인데, 나를 흔드는 장면을 만났다사진을 찍지 못한 날, 기억에 남은 장면들사진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여의치 않게 셔터를 한 번도 누르지 못했다. 비가 오는 이런 날은 더 진득한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좋지만, 내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사진서가라는 카페로 향했다. 사진서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러 사진집을 보는데, 두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참고로 사진서가는 시간당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 내비게이션을 놓치고 잘못 든 길 위에서 이 풍경을 만났다. 익숙하지 않은 도로, 반쯤은 억지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어쩌면 모든 계획이 틀어졌기에 볼 수 있었던 장면들이다. 애초에 찍고자 했던 어떤 사진보다.. 2025. 5. 16.
다리를 건넌다는 것, 구조물 사이의 시선 우리는 늘 무언가를 ‘건너’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강을 건너고, 시간을 건너고, 때로는 관계의 틈도 아슬아슬하게 건너도 있다. 그래서일까? 거대한 강을 잇는 하나의 다리를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생각하게 된다. ‘건넌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만은 아니라고...오늘 두 장의 사진은 같은 다리에서, 같은 날 촬영한 것이다. 그러나 한 장은 무채색의 긴장과 대칭이, 그리고 다른 한 장은 주탑의 붉은 꼭대기와 반복되는 구조를 통해 리듬과 멀어짐의 깊이를 담아봤다.그 다리 위, 주탑은 마치 인간이 만든 거대한 문처럼 서 있는 거 같다. 어떤 이정표처럼, 상징처럼, 또는 지나온 길과 다가올 세계를 잇는 관문처럼. 사진을 통해 그 느낌을 전해보고자 한다.대칭 속에서 마주한 존재의 무게 어느 흐린 하늘 아래에서, 나.. 2025.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