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0 오래된 흔적에 피어 있는 봄을 찾아서 봄이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 강화도로봄이 서서히 저물어갈 무렵, 강화도로 향했다. 강화도가 서울보다 북쪽이라 꽃이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와 사진 친구는 화려한 벚꽃길 대신 오래된 것, 낡아버린 것, 그리고 그 사이에 피어 있는 작은 봄의 조각들을 찾기로 했다. 그날 만난 풍경은 화려하지 않았다. 조용히, 다만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들!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 지붕과 노란색 승합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노란 지붕과 노란 승합차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벚꽃 가지가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강화도는 아직 봄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꾸며놓은 것도 아니고, 연출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남아 있던 봄이 마지막 힘을 내듯,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도 .. 2025. 4. 28. 철골 구조물의 기하학, 낯선 시선으로 마주한 풍경 낯선 시선으로 마주한 풍경주말 도시를 벗어나, 강화도의 한적한 길을 걷고 있던 어느 오후였다. 늘 보던 송신탑이 이날은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보였다. 송신탑의 밑에서 보니 나를 향해 뾰족한 선을 들이밀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심 속 수많은 건물들과는 느낌이 달랐고, 그 생김새는 오히려 어떤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무심히 지나칠 법한 철골 구조물 밑에서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멀리서 볼 땐 그저 기능적인 철탑일 뿐이었다. 하지만 프레임 안에서 보는 모습은 그 단순한 철골의 패턴은 어느새 기하학의 질서를 품은 아름다운 형상으로 변모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그 선들은 수학적으로 정리된 도형처럼 보이기도 했고, 다른 순간에는 날카로운 부리를 가.. 2025. 4. 26. 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 이동 중 마주한 두 장면 차 안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하루의 끝, 집으로 돌아가는 길.차 안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유난히 따뜻하게 다가오던 날이었다.빠르게 스쳐가는 여의도를 보면서, 문득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올랐다.그건 아주 오래전, 여의도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시절의 나였다.수없이 오가던 그 길 위에서, 이날 나는 또 한 번 그때의 감정과 마주하고 있었다.창밖의 여의도 풍경이 사진을 찍은 건 강변북로를 따라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여의도는 내게 첫 사회생활의 시작이자, 젊은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회사를 마치고 늘 발걸음을 향하던 포장마차,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남아있다.차는 천천히 움직였고, 노을은 창문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 순간, 나는 셔터를 눌렀다.흐릿하게 번지는 풍경 속에, 말로 설명.. 2025. 4. 25. 성수동 거리에서 마주한 컬러의 조화, 네 번째 이야기 성수동의 빨간 벽에서 시작된 산책성수동을 걷는다는 건, 뭐랄까? 늘 새롭고 조금은 낯선 감각을 마주하게 되는 일이다.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하루 중에서도, 이상하게 어느 장소에선 걸음을 멈추게 된다.이날도 내가 좋아하는 빨간 벽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늘 그렇듯, 그 벽은 그대로지만 햇빛의 각도와 지나가는 사람, 벽을 빼고는 모든것이 달랐다. 그날따라 햇살이 좀 과하게 내리쬐었고, 벽 위로 그림자가 아주 선명하게 떨어졌다.빨간 벽에 그려진 전신주의 그림자마저도 작품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오렌지색 스쿠터가 천천히 벽 앞을 지나갔다.그 장면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한 완성된 구도였다. 벽의 레드와 스쿠터의 오렌지가 잘 어울렸다.거리에서 발견한, 색의 리듬과 구성성수동은 요즘 참 많이 바뀌고 있다. 세.. 2025. 4. 24. 폐가에 피어난 봄, 강화도에서 만난 기억의 흔적 봄을 맞으러 가는 길,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으로사진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강화도로 향했다. 차 안에서 친구가 꺼낸 말 한마디가 목적지가 되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봄을 마주하고 싶다고.”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그래서 떠난 여정, 누군가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계절이 스치듯 머물다 가는 공간,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집을 찾아 나섰다.동네를 천천히 돌며 발길 닿는 곳에 멈췄다. 그리고 그곳, 오래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피어난 하얀 목련과 벚꽃은 너무도 조용했지만 강렬했다. 가지를 흔드는 바람, 그 틈을 비추는 햇살, 꽃잎 사이로 스며드는 계절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마치 멈춰 버린 시간 속 오래된 기억처럼 다가왔다.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집.. 2025. 4. 23. 빗방울의 선명함, 그리고 기억의 흐릿함 유리창에 맺힌 추억의 조각들나는 비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커피 향 가득한 차 안에서 내리는 빗소리와 음악도 듣고,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큰 행복이다. 그저 비가 내리는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리는 일! 유리창에 수많은 빗방울처럼, 기억도 그렇게 맺히는 거 같다. 어떤 기억은 빗방울처럼 또렷하고, 어떤 기억은 저 멀리 흐려진 배경과 함께 흐릿해지기도 한다.이 사진은 빗방울을 따라 오래된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창문 너머는 흐릿한데 빗방울은 선명하다.그것은 마음속에 남은 어떤 감정만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처럼,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희미해지는데 그때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하다.흐릿한 배경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감정두 번째 사진은 .. 2025. 4. 22. 이전 1 2 3 4 5 6 7 다음